아마도 키보디는 컴퓨터에서 우리가 가장 빈번하게 접촉하는 부분이면서도 가장 관심을 두지 않는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키보드는 중요한 기술이 집약되어 있는 곳이다. 예를 들면, 일반적인 컴퓨터 시스템이 있는 키보드는 실제로 자체가 독립된 하나의 작은 컴퓨터이다.
키보드의 기본 구성
가장 단순하게 말하면 키보드는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연결된 수많은 스위치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프로세서는 각 스위치의 상태를 감시하고 그 상태에 변화가 나타나면 특정한 반응을 시작한다. 키보드는 키가 눌려질 때마다 호스트 컴퓨터와 매번 통신을 하는 셈이다. 오래전에 수동 기계식 타자기에 모습을 나타낸 이후로 거의 그 모습에 변화가 없었다. 실제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변화란 특수 기능을 제공하기 위한 키들을 단순히 몇 개 더 추가한 것뿐이다. 보통의 키보드는 문자키, 숫자 키패드의 키, 기능키, 제어키 이렇게 네 가지의 기본적인 키를 가지고 있다. 문자키는 알파벳이나 한글 자모음이 들어 있는 부분으로, 일반적으로 기계식 타자기에서와 같은 모습으로 배열이 되어 있다. 흔히 쿼티(QWERTY, 처음 여섯 글자를 딴 것이다)라고 알려진 이 배열은 원래 키의 배열을 다소 이상하게 만들어서 속도가 너무 빠른 타이피스트의 속도를 낮출 목적으로 설계되었다. 숫자 키패드는 앞서 말한 자연적인 진화로 이루어진 부분이다. 컴퓨터를 기업환경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데이터 입력에 대한 요구 또한 커져왔다. 데이터 중 큰 부분이 수이기 때문에 17개로 이루어진 키세트가 키보드에 추가되었다. 이 키들은 대부분의 가산기나 계산기에도 같은 모습으로 배열이 되어 있다. 기능키는 메인프레임의 키보드에서 사용될 목적으로 첨가된 것이다. 요즘 사용되고 있는 소프트웨어에서는 기능키를 그다지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작동원리
키보드마다 키가 눌려진 것을 감지하는 방법이 저마다 다르다. 가장 단순한 테크닉은 너무하다고 할 만큼 단순하다. 끝이 벗겨진 두 개의 전선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 두 선은 서로 가까이 있지만 접촉한 상태는 아니다. 그러면 이제 키 아래쪽에 벗겨진 두 전선을 연결하는 금속판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것이 단순한 키보드가 움직이는 원리를 대략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키 매트릭스는 키 아래에 있는 격자형 회로이다. 키를 누르면 회로가 연결되어 전류가 흐르게 된다. 프로세서는 격자상 특정 지점에서의 전류의 흐름에 대한 키 매트릭스를 감시한다. 프로세서는 닫힌 회로를 발견하면 키 매트릭스 상에서의 그 회로의 위치와 롬에 있는 문자 맵을 비교 한다. 문자 맵은 기본적으로 프로세서를 위한 비교표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프로세서에 키 매트릭스 상에서 나타나는 x, y좌표가 어느 키에 해당하는 지를 알려준다. 키보드에 별개의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들어 있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되튀어오름(바운싱)이라는 문제 때문이다. 벗겨진 두 개의 전선을 서로 연결하면 두 선이 밀착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연결과 분리가 순식간에 일어난다.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이런 모든 간섭을 보고 있다가 전체 바운싱을 하나의 키 눌림으로 번역한다. 동시에 하나 이상의 키가 눌려지는 경우도 프로세서는 마찬가지로 작동해야만 한다. 따라서 프로세서는 이런 키 조합이 문자 맵에서 특정 의미를 가지는지 검사한다. 컴퓨터에 의해서 다른 문자 맵이 제공되면 키보드에 있는 문자 맵은 무시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쿼티 키보드를 드보락 키보드로 바꾸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남아 있는 일은 모든 키 캡들을 바꾸는 일이다.
스위치 기술의 발전
키보드는 다양한 스위치 기술을 사용한다. 요즘 가장 흔히 사용되고 있는 스위치 기술은 돔 모양의 고무로 이루어진 러버 돔을 사용하는 것이다. 러버 돔 키보드에서는 작고 탄력 있는 러버 돔 위에 각 키가 자리 잡고 있는데, 이 러버 돔 중앙은 딱딱한 탄소로 되어 있다. 키가 눌려지면 키아래 있는 플런저가 돔을 밑으로 누른다. 이 때문에 러버 돔 중앙에 있는 탄소 역시 키 매트릭스 아래에 있는 딱딱하고 평평한 표면에 닿을 때까지 아래로 내려간다. 키를 계속 누르고 있는 한 중앙에 있는 탄소는 매트릭스에서 해당 부분에 대한 회로를 완전히 연결하고 있는 셈이다. 키를 떼면 러버 돔은 원래 모양으로 다시 돌아가면서 키를 다시 대기상태로 돌려놓는다. 기본적으로 컴퓨터를 통해 인간이 생각하고 기록해 온 모든 사상과 문학적인 글, 전자 메일과 문서들은 키보드를 통해서 디지털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이것은 정말 단순하지만 강력한 장치이다.